답사 후기 :

117회 2003.02.19.

  답사개요

지금은 낡고 초라한 모습이라 해도, 모든 건축물 - 건조환경에는 전성기란 것이 있었다. 우리가 요즘 답사하고 있는 신설동 로타리와 숭인동 사이의 오래된 건물과 건물군에서도 지나간 과거의 영화를 발견할 수 있다.

노벨(극장)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주변 여관과 유흥업소 등의 이름에서 여전히 쓰여지고 있지만, 정작 노벨극장은 건물을 쓰고 있는 사람들 조차

'아, 옛날 여기가 유명한 극장이었다더군.... 글쎄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

할 정도로 기억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었다. 물론 노벨극장의 물리적인 공간은 지금도 남아 여러 가지 다른 용도로 쓰여져 그 생을 살아가고 있다.

150m도 넘는 신설동 종합시장(지금은 원단시장)과 그 안에 있는 트러스 지붕구조도 과거 이곳에 터전을 잡아 장사를 하고 살아온 사람들의 활기찬 지난 모습들을 지금은 조금 초췌하고 나른한 모습이지만, 소리없는 울림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듯하였다.

답사후기

조지영 (guga 도시·건축연구소)

01 여관골목
청사초롱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한쪽으로 여관이 늘어서 있는데, 과거 노벨극장이었던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이 주변에는 여관이 많았다.
여관사이로 국가소유의 한옥이 하나 있어서(현재 비어있음)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여관건물 사이에 살림집으로 사용한 듯 보여지는 한옥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매우 독특했다. 뒤쪽에는 증축한 부분이 많았는데 긴 창고처럼 사용한 듯하다. 이 한옥은 높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매우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한옥도 크지만 넓은 마당이 있어 크게 고립된 느낌은 없는 것 같다. 마당에는 연못과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한옥에서 나오면 건물의 후면이 보이는데, 골목을 따라 건물 밖의 1층은 대부분 창고로 증축하여 사용하고 있다. 추측으로는 앞쪽 1층에서 가게로 건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족한 공간을 증축하여 쓰는 것으로 보인다.

여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그 끝에 생고기 전문점이 나온다. 그곳 역시 건물과 건물사이를 증축해서 1층을 넓게 사용하고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기존 건물의 기둥이 보인다. 한쪽이 외벽이었던 관계로 아직 기둥의 바깥쪽엔 타일이 그대로 붙어 있다.

02 노벨장
건물과 담장 사이의 골목을 노벨장의 후문으로 사용하고 있다. 노벨장은 새로 리노베이션을 하였으나, 건물의 형식은 주변 건물들보다 오래되어 보인다. 이 지역에서는 특히 '노벨'이라는 상호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과거 노벨극장이 그만큼 큰 영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또 이 지역의 건물 규모가 다른 곳에 비해 큰 것으로 보아 노벨극장을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되었다는 추측을 할 수도 있다.

03 진흥섬유건물
크지 않은 1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갈 때 일반적으로 좁고 가파른 계단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곳은 그런 건물들과는 다르게 계단이 매우 넓고 완만하다. 옥상도 깨끗하게 잘 가꾸어져 있었는데, 사무실로 보이는 옥탑방이 있었다. 경계로 보이는 블럭 담장이 매우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었다.
지하는 공장으로 쓰고 있는지 짐을 운반하는 장비가 계단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04 깜짝식당 일대
지난번에 답사했던 길다란 트러스 지붕 건물을 다시 보기로 했다. 주차장을 지나치자 부분적으로 솟은 2층 외관이 보였는데, 창문의 위치와 형태가 매우 재미있다. 내부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다. 전체 입면은 옆으로 계속 이어져서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깜짝식당 길로 들어갔다.
길다란 통로를 따라가면 수직으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붙어있는 경사지붕의 오르내림에 따라 빛이 중간중간으로 새어나오는데 그 느낌이 매우 독특하다. 마치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05 삼일아파트
삼일아파트 사이길로 들어섰다. 삼일 아파트의 두 건물 사이가 매우 좁은데, 이때만 해도 아파트 두 건물 사이 간격(인동간격)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명확치 않았을 것이라 한다. 그 때문인가 나란히 서있는 두 건물의 간격이 각 동마다 달라 그리 나쁘지 않은 풍경이다. 직선이 아닌 곡선 도로를 따라 지어서인 듯도 하다.

06 숭인상가 맨션
숭인상가는 삼일아파트보다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매우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은 숭인상가가 삼일아파트와 달리 지어졌을 때부터 개인 소유였으며, 호별로 분양되어 개인의 소유로 되어있기 때문이라 한다.
옥상으로 올라가보니 이 일대가 모두 내려다 보였다. 삼일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잘 가꾸어진 옥상을 보다가 숭인상가 맨션을 올라가 보니 매우 깨끗하다 못해 썰렁한 느낌마저 든다.
아래로 내려와 관리인 아저씨와 잠깐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현재까지 숭인상가에 대한 재개발 이야기는 없다고 한다. 3층까지는 사무실과 공장이 들어있고 1층은 공구와 피혁이 대부분이라 한다. 4층 이상은 주거로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로 사용하는 층은 중간 계단참에 공용화장실이 있는데, 그 위층에서는 그 부분에 주거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건물 뒷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07 원단시장
숭인상가 뒤쪽으로 들어서자 과거 신설종합시장이었던 원단시장이 있다. 항측도 상으로는 매우 긴 4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곳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관리 아저씨의 말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긴 건물의 양쪽으로 원단 가게들이 나열되어 있고 두 세 집 건너마다 건물을 가로지르는 통로가 나온다.
이곳도 멀리서 보니 2층으로 솟은 부분이 있는데, 이곳은 다음 번 답사 때 자세히 보기로 했다.
이곳에서 답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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