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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역 사이에 있는 서울 '중앙'교회
오늘의 답사는 서울 중앙교회에서 시작하였다. 교회는 지적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거리에서 안으로 깊이 들어가 있었고, 좁은 통로 공간을 사이에 두고, 한 쪽에는 상당히 노후화된 건물과 집이 없는 폐허
그리고 다른 한 쪽으로는 지난 답사에서 보았던 대성그룹의 주차장과 건물이 있었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종교시설 혹은
교육시설 그리고 사옥 주변의 땅이나 건물들이 이들 시설에 의해 점유되는 양상이 있었는데, 가시적으로 이 교회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어 보였다. 거기에는 여러원인이 있겠으나, 한 쪽은 오히려 우정국로를 낀 조계사의 강한 영향권에 있고, 다른 한 쪽은 대성그룹이라는
거대한 회사의 영향권에 있어, 사이에 낀 교회는 영역확장을 하고 있지 못한것이라 생각되었다. 만약, 이 교회가 필지가 작은 것들로
된 지역 (조계사가 작은 한옥필지들가 인접하고 있어 이를 점유하고 들어서는
것처럼)과 인접하였다면, 주변의 경계는 허물어지거나 변형되어 교회의 영역확장이 가시화되어 나타났을 것이다.
나무가 건물을 뚫고 서있다!
교회의 마당에는 한가지 특이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건물을
뚫고 서있는 나무였다. 그 내부에는 나무 밑둥에 못을 박아 액자나 봉투를 걸어두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아마도 나무는
그대로 두고 교회입구에 관리인숙소를 짓다보니 이러한 결과가 된 듯 싶다.
페인트칠과 '활성형상'
우정국로에 나와 왼쪽으로 운림당필방과 전주지업사가 있는 건물을 보았다. 지번으로도 한 필지이고 건축물로도 한 채로 되어 있는
이 건물의 입면은 두 가게를 경계로 다르게 칠해져 있었다. 겉에서 보이는
이러한 모습은 매우 신기하고 어떤 때는 엽기적인 예(종로의
일식집처럼)의 하나로 간단히 넘기기 쉽다. 그러나 이것은 '활성형상(Live Configurations)'이라는 이면의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guga는 말해주고 싶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N.J. Habraken의 'The Structure of
ordinary', 번역본 '일상의 건축'을 참조하기 바란다.)
'활성형상'은 어느 주체에 의해 건축물을 포함한 환경이 통제되어 나타나는 형상을 말하며, 이 주체는 건물이나 필지의 소유와 관계없이
성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뭔 소리야 하고 말할 분들이 많을 것인데,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집들은 각기 그 소유자를 달리
하고 있어도, 그 집에 들어오는 전기개량기등은 한전에서 통제를 하고 있으며, 도시가스는 도시가스공사가, 도로는 한국 도로공사
등에서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소유자를 초월한 것이 있는가하면, 기숙사 혹은 공동주택의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경우에 따라 근생의 가게 입면등은 그곳에 들어와 사는 사람의 통제아래 놓이고, 집주인이 아닌 그들에 의해 '활성형상'을 띄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 벽이면서도 페인트 색이 다르고, 자세히 보면 창에 설치한 창살이 다르게 되어 있는 이 건물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주체들의 차이로 나타나는 '활성형상'의 한 예인 것이다.
쉬운 말로 다시 하면, 건물의 주인은 동일한 한 사람이라도 이 곳을 임대해 쓰고 있는 전주지업사는 나름대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한하여 건축물과 주변 환경들을 변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이러한 활성형상은 큰 범주에서 작은 범주로 내려오면서 잘게 나뉘어 지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님을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의
합의에 의해서도 그들이 공유하는 혹은 개별적으로 소유 혹은 점유하고 있는 환경을 한가지로 통제할 수도 있다. 사진에서 보는 영천시장은
그러한 대표적인 예이다. 각 상인들이 번영회를 포함하여 일정한 돈을 추렴하여 시장전체의 지붕을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활성형상이 주체의 범위를 넘어서서 합의에 의해 더 큰 범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정국로는 조계사의 그늘 아래 있다
자 어려운 얘기는 그만하고, 답사를 계속하자. 위로 올라가 반야여행사가 있는 건물을 직접관찰하였다.
조계사는 큰 길 건너편에 있는데도 이 편에는 그 영향권을 실감할 수 있는 가게와 사무실들이 많이 들어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야여행사 란 이름이 풍기는 뉴앙스가 그러하고, 조계종 사회복지 교양대학, 승복을 파는 가게, 차와 다기등을 파는 가게, 다도를
가르치는 학원(학원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점잖은 곳이지만...)등이 그러한 것이다.
감로수 2층 창에서 본 Layer
그 중 특히 '감로수'라는 가게 위 2층에 위치한 다도학원의 입면은
재미있는 'layer'를 보여주고 있다. 건물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고, 창은 크게 open 되어 있어 자칫하면 2층에 있는
사람들과 외부공간(거리)은 시각적으로 너무 가까워져 노출되고 말 상황인데, 창안쪽으로 선반을 놓고 다기류 등을 놓고, 화선지에
그린 그림등도 붙여 놓아서 '거리와 내부공간 사이에 layer를 형성하여 시각적이며 심리적인 깊이감을 제공'하고 있었다.
좋은 건물에 딴지 걸기
인사동 거리 서쪽을 계속 답사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아까 나온 길로 들어 갔다. 눈 앞에는 하얀 색의 고풍스런 외관을 하고 있는
관훈갤러리와 검은 색의 돌, 유리 등의 강한 이미지의 재료와 조형적인
느낌을 주는 가나아트센터가 대조적으로
펼쳐져 있었다.그런데 guga의 편견일지 몰라도, 지난 회에 보았던 art side나 가나 아트센터와 같은 건물이 이
인사동에 들어서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하여 인사동에 들어오고 있는, 보통 거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 fast food점이나 오락실 등의 가게가 인사동의 고유성을 파괴하고 있음은 모두 공감을 하는 바이겠지만, 갤러리
그것도 새로 잘 지은 갤러리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객관적으로 그리 타당한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guga의 기우는 이러한 것이다. 강북 특히 인사동의 특징은 작고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자갈자갈'모여있는 모습이고,
이들이 우리 도시가 자생적으로 형성한 골목에 까지 공간으로 이어져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라 한다면, 이들 갤러리를 중심으로한 새로운
상업적 complex의 등장은, 마치 작은 가게들이 밀집한 시장 여기저기로 '백화점'이 들어서고 있는 꼴이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저기로 흩어져 이렇게 조형적이며 공간적인 가게들이 들어서는 것은 오히려 지역의 활성화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고립된 섬처럼 '자기 섬에 들어와 보고 먹고 마시고 놀다가기만을 권하는' 건물들이 대부분이 된다면 사태는 심각하다. 왜냐하면
인사동은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하나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방에 급하여 개성을 잃어 버리다
더불어 한가지 거슬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발생한 영향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것인데, 아트사이드나
가나아트센터의 미니멀한 외관지자인을 같은 gallery complex가 아니면서도 그것을 흉내내려
하는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참조) 1층에는 분명히 서로 다른 성격의 가게들임에도 전체적인 이미지를 하나로
하려는 어설픈 시도들이 그것이다. 건물의 입면은 금속성의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됐는지 모르지만, 그 속의 가게들은 거리에 대한
각각의 개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런데 모든 문제가 새 건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근생의 입면을
하고 있는 기존의 건물들 역시 그 안에 들어있는 '기간들의 개성 표출'에는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guga의 인사동에 대한 제안
guga는 오히려 도시적 제안의 하나로 지난 답사에서 보았던 '소우'와
같이 'structure & infill system '으로 건축물이 구축되어야함을 주장하고 싶다. 기본적인 골격 속에서
거기에 들어있는 기간들이 보다 자유스럽고 개성있는 입면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structure & infill system'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모인화랑이 보여주는 작은 도시적 배려
인사로에 정면을 둔 가나아트센터를 보고 골목으로 들어서니, 한켠에 모인화랑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은 차분한 조적의 외관을 하고
있지만, 여기 저기에 조금 다른 궁리가 보인다. 먼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가능한 빛이 들어갈 수 있도록 건물외곽에 두어 투명하게 처리하고, 1층 바닥에 유리블럭의 천창을 두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차를 위해 비워 놓은 1층의 외부공간이다. 이 필지는 앞뒤로 두 길에
동시에 면하고 있고, 이를 아치공간의 void로 트여놓아, 시각적으로 연계해 놓았다. 그러므로서 두 길로 다르게 들어온 사람에게
이 공간을 통해 본 다른 길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한다. 그러나 이것이 주차공간이고 실제로 차들이 점유하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그리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두 길과 길 사이에 상호연관성을 주는 이러한 공간배치는 기존의 평이한 배치 - 건물은 짓고
그 앞이나 뒤에만 주차공간을 두는 것 - 보다 도시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약진하는 미니멀 스타일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도사'와 '해동고자기
전시회'라는 외부로는 매우 폐쇄적인 느낌에 창을 절제하여 낸 어찌보면 미니멀한 스타일의 건물들이 길을 두고 마주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형태는 건물의 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건물전체로 그들의 이미지를 간명하게 전달하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더불어 이러한 건축물 전체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현상은
도시 여러곳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현상이고, 여기에 많은 건축가, 디자이너의 개념과 구상이 반영되어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니멀한 스타일'이 인사동에서 이 가로의 고유성에 도움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거리의 보편적 기능 Vs 특화된 고유 기능
율곡선생의 집터앞을 지나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는 길에, 모텔 그리고 병원과
조우하였다. 두 기능 모두 아니 여기 인사동에도 이런 것들이 있단 말인가 할 정도로 이색적인 것들이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인사동이란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기능들을 거부하고 들어선 특화된 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종로에서 이정도 골목 안쪽에 모텔이 위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병원 역시 사람들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기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적인 것들이 참으로 이상하게도 우리 머리속에서는 '인사동과는 안어울린다.'는
울림으로 반향된다. 우리가 가진 생각들이 인사동에 대한 더 나아가 특화된 거리에 대한 편견일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보편적인 기능들과 특화된 거리가 유지해야할 고유한 기능사이의 애매한 경계가 여기서 발견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목화랑의 Renovation
커다란 문제들은 좀더 생각하기로 하고, 답사를 계속하자. 인사동길로 나와 목화랑이라는 건물이 눈길을 끈다. 미니멀한 스타일이
아니지만, 건물입면 전체를 목재의 재질감과 결구의 형식을 코너에 부각시킨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잘 보니 1층은 화랑과 가게이고 위의 층 모두는 '休'라는 찻집이 쓰고 있는 듯하였다. 입면이 전체층에
통일적으로 적용된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1층과 그 위층사이는 조형적으로 구분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고, 1층의 가게들은
차양을 개별적으로 장착하여 가로면에 대한 서로 다른 역할을 가시화하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하였던 성보갤러리가
건물전체의 통일된 입면 때문에 1층의 각기 다른 가게들이 개성화되지 못한 것과는 매우 대조가 되는 예라 할 수 있다.
깨어진 공간 scale
한편 목화랑은 아쉽게도 가로적 연속성이 없이 횡한 길가에 놓인 듯한 느낌으로
서있는데 그 주요한 원인은 위에서 말했던 '해성병원'이 진입을 위하여 화랑 옆의 필지를 사들여 진입로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서 과거 골목의 공간 스케일이 사라지고, 가로면의 연속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조금더 내려가 2층에 치과가 있는 건물을 직접관찰 하였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3층의 찻집이었다. 건물의 계단은 '일자형 오름계단'
- guga가 임의로 붙인 이름으로, 한층을 거의 직선으로 올라 복도를 거쳐 다음 오를 계단의 아래로 이동하여 반복해 오르내리는
계단, 설명은 어렵지만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 인데 계단과 복도 사이에는 벽으로 막혀있는 것을, 이 찻집은 창이
없는 opening을 내어 안에 있는 내부 입면과 중첩시켜 놓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등이 메달린 opening을
통해 내부 공간을 점차로 인식하여 가는 진입에서의 입체적 변화가 체험되는
작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노후화된 건물과 표구점의 관계
끝으로 백송화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역시 인사동이라할 만한 가게들이 바로 들어선 골목에서 눈에 띈다. 바로 표구점들이
그러한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매우 낡고 영세적으로 보이지만 지적상의 필지는 크기가 큰 편이었다. 표구점이라는 것이 건물의 모양새같은
것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주변의 갤러리나 화랑, 골동품점등과의 연계가 더 중시되는 업종인 탓도 있을 것이며, 아직도 이곳에
까지 개발이나 renovation의 바람이 미치고 있지 않은 탓도 있으리란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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