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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발을 쳐놓은 부엌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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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안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는 곳은 안방과 namu방 사이의 부엌 앞 복도이다. 기본적으로 마당을 둘러 채가 놓이고, 이것을 내부에서 서로 연결하게 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긴 동선’이라 하겠다. 아마도 주택을 신축할 때, 이런 식으로 동선을 잡는 건축가도 없으려니와, 선뜻 나서서 그렇게 살려고 하는 건축주도 없을 것이다.
살아보니 익숙해져서 그렇지 그리 편한 동선이 아님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공간을 어렵게 하는 것은 우리 집 동쪽에 군림하고 있는 거대한 빌딩의 입면과 그 창들이다. 언제나 침묵으로 우리 마당을 내다보고, 또 부엌과 화장실 쪽 입면을 바라보는 이 거대한 녀석 때문에 시각적으로 피하여 빗겨있는 다른 방들에 비하여 이곳에서 움직이거나 행동하는 불편함이 많았다.
집안에서 사람의 마음가짐은 밖에 있을 때와 다를 수 밖에 없다. 복장도 행동도 그 마음가짐에 따른다. 다시 말해 집에서는 ‘풀어져 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러한 무방비 상태를 남들에겐 보이기 싫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사와서 몇주일을 그런 이유로 동쪽으로 향한 이 입면의 창들을 되도록 닫고 생활했다. 필요한 경우에만 하루에 몇 번 열어두지만, 특별한 일이 아니면 닫아 놓고, 불투명한 유리에 안심하며 생홣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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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등과 풍경 그리고 반투명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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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역시 오랫동안 집에서 활동하는 아내가 ‘이쯤에 발하나만 달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때마침 공사가 시작된 현장에 낡은 발 하나가 있었다. 생각이나서 들고와 깨끗이 씻어 놓고 걸어놓은 것이 지금 사진의 모습이다.
참으로 묘한 것이 발이 생기고, 늘 닫혀져 있던 미닫이를 양쪽으로 열어두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니 참으로 편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또 밝은 낮에는 안을 잘 안보이게 하는 가리개 역할을 하다가, 밤이 되면 은근히 그 속을 비추어 밖으로 드러내니 집의 모습이 낮과 밤이 달라 집안에서 그리고 마당에서 가만히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은 마당과 이를 둘러싼 채가 가져다 준 행복이라 하겠다. 커다랗게 가운데 자리한 나만의 바깥공간이
있으니, 발을 달거나 풍경을 달아놓아도, 또는 문을 떼어 아무것 없이 열어놓아도, 부담이 없고, 안전하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이라면 할 수 없는 여러 행위와 그 풍경들이 내외부사이에서 독특한 영역으로 형성된다. 한옥에는 사는 이와 집이
서로 많은 것을 만들어가는 이러한 ‘여지’가 참으로 많은 듯하다.